2022. 11. 14. 03:52ㆍ카테고리 없음
간충이라는 자웅동체성 기생충이 있다. 길이 20~30mm, 너비 8~13mm 로 자라며 생김새는 쌀알과 비슷하다. 아주 작아 우리 눈에'간질'이라고도 불리며, 사람의 간에 기생하는 간디스토마와는 다른 종으로 소*물소*양*염소 등 가축의 간에 기생하며 큰 장해를 일으킨다. '생간'을 섭취하는 사람의 인체에 기생하는 예도 있다. 잘 띄지 않지만, 아주 무서운 능력을 지니고 있다. 바로 숙주의 뇌로 파고들어 숙주를 꼭두각시화 해버린다. 숙주를 조종하는 능력. 영화 '연가시'에서 봤을 것이다.
학명은 '파스키올라 헤파티카(Fasciola hepatica)'로써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양'의 간에 번식하는 기생충이다. 간충은 혈액과 간세포로부터 영양을 섭취하여 성충이 된 후, 그곳에서 알을 깐다. 하지만 간충의 알은 양의 간에서 부화할 수 없기에 기나긴 여정을 통해 생애주기를 보내며 성장한다.
수생식물과 함께 입으로 들어가 가축이 감염되는데, 최종숙주의 십이지장에 들어갔다가 장벽을 통과해 복강을 거쳐 간 조직을 뚫고 담도에 이르러 4주내 성숙하며 약 10년간 살아간다. 중증감염의 경우 충체의 상해작용으로 가축의 간실질에 괴사가 일어나 죽는 일이 있고, 또 담관벽이 석회침착이 일어나 간기능이 저하된다. 사람이 걸리는 것을 예방하려면 수생식물을 입에 넣지 않도록 해야한다.
간충은 혈액과 간세포로부터 영양을 섭취하여 성충이 된 후, 그곳에서 알을 깐다. 알들은 똥과 함께 몸 밖으로 나와 한동안의 성숙기를 거친 다음, 부화하여 애벌레가 된다. 이 애벌레는 새로운 숙주인 '달팽이'에게 먹힌다. 애벌레는 달팽이 몸속에서 성장하여 우기에 달팽이가 내뱉은 끈끈물에 담겨 배출된다. 하지만 간충의 여정은 이제 반밖에 지나지 않았다.
달팽이의 끈끈물은 하얀 진주 송이 모양을 하고 개미들을 유혹한다. 이를 이용하여 간충들은 개미의 몸 속으로 들어갈 수 있다. 개미의 갈무리 주머니에서 수천개의 구멍을 뚫고 나오면서 갈무리 주머니를 체처럼 만들어 버린다. 그러고는 그 소동으로 개미가 죽지 않도록 하기 위해 질긴 풀로 구멍을 다시 메운다. 어떤한 일이 있어도 개미를 죽이면 안 된다. 숙주기 때문이다. 다시 양의 몸속으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개미가 꼭 필요하다.
이제 간충의 애벌레들은 성충이 되었고, 이 성충들은 양의 간 속으로 되돌아가야 한다. 그럼으로써 간충의 성장주기가 완성된다. 하지만 양이 개미를 먹어야 하는데, 어떻게 해야 할까?
양들은 신선할 때 풀 줄기의 윗부분을 뜯어먹는다. 그러나 개미들은 따뜻할 때 둥지를 나와 풀 아래에서 돌아다닌다. 시간도 장소도 맞아떨어지지 않기 때문에 문제를 해결하기가 한층 더 어렵다. 어떻게 양과 개미를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서 만나게 할 수 있을까?
간충은 개미의 몸 안 여기저기 흩어짐으로써 문제를 해결했다. 가슴, 다리, 배에 각각 십여마리씩 들어가고, 뇌에는 한 마리만 자리잡는다. 이 한마리 간충이 개미의 뇌에 뿌리를 박는 순간, 개미의 행동에 변화가 오기 시작한다. 짚신벌레와 비슷하고, 조악하기도 한 단세포에 가까운 이 작은 벌레가 이제부터 자기에 비해 너무나 복잡한 개미의 행동을 조종하게 된다!
간충에 감염된 개미들은 밤에 개미집을 떠난다. 그러고는 마치 몽유병 환자처럼 돌아다니다가 풀 꼭대기에 올라가 달라붙는다. 그렇다고 아무 풀에나 마구 올라가는 것이 아니라 양들이 가장 좋아하는 개자리나 냉이 따위에 올라간다. 개미들은 거기에서 뻣뻣이 굳은 채로 풀과 함께 뜯어먹히기를 기다린다. 다음날 아침이 되어 양들에게 잡아 먹히지 않은 개미들은 자기가 풀 꼭대기에서 뭘 하고 있나 어리둥절해 하면서 재빨리 내려온다. 그러다가 다시 밤이 오면, 꼭두각시가 되어 간충에 감염된 다른 동료들과 함께 밖으로 나가 양에게 잡아먹히기를 기다린다.
뇌에 있는 간충이 하는 일은 이런 것이다. 양에게 먹힐 때까지 밤마다 자기 숙주인 개미가 밖으로 나가도록 만드는 것이다. 생물학자들은 여기에 많은 의문을 제기한다. '뇌에 숨어있는 간충이 어떻게 밖을 내다보고 개미에게 이러저러한 풀을 찾아가도록 명령을 내릴 수 있을까?'
아무튼 이런 글을 접하고 나면, 더이상 '생간' 이나 '날' 음식 또는 '회' 같은 건 멀리하게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