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1. 11. 21:30ㆍ카테고리 없음
생물학적 입장에서, 여성이 남성에 비해 모성행동을 보이고 능숙한 것은 유전적으로 양육적인 특성을 타고났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것으로 호르몬과 양육성의 관계를 살펴보게 되었는데, 실험에서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과 '양육성'이 관계가 있음이 밝혀졌다. 에스트로겐은 양육행동을 일으킨다. 마찬가지로, 자녀 출산 후 최소한 몇 개월동안은 아버지에 비해 어머니가 아이의 양육에 더욱 자신을 희생봉사하도록 생리적으로 잠재되어 있다고 한다.
여성들이 남성들에게 비해 자녀들과 보다 더 긴밀한 정서적관계 형성을 보이는 것은, 여성은 남성에 비해 더 유동적인 자아경계를 지니고, 자신과 타인과의 심리적 구분이 덜 분명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래서, 남성은 도구적인 성향을 타고난 반면 여성은 배려와 양육에 적합한 특성을 타고났다는 전통적인 지적과 맥을 같이 한다.
그런데 '모성애'를 여성의 본능적 특성으로 보는 주장들이 현대에 와서 많은 비판을 받고 있다. 특히 전통적으로 형성되어 왔던 '모성신화'에 대해 강하게 비판하는데, 즉 여성이 남성보다 더 양육적이라는 고정관념은 '지속적인 사회화의 과정'에서 학습된 결과라는 것이다. 어떤 연구에서 처음으로 어머니가 된 150명의 여성들을 관찰하였는데, 그들 대부분이 어떻게 모유를 먹이고 어떻게 아이를 다루어야 할 지 난감해 했다. 그러나 몇몇 능숙한 여성들은 그들의 집안에서 기존 어른들의 행동으로부터 배운적이 있다고 보고하였다.
19세기 말까지 서양의 부르주아 계급에 속한 대부분의 여성들은 자녀들을 유모에게 맡겨 놓고 더이상 돌보지 않았다. 시골의 아낙네라고 해서 아기에게 더 관심을 가졌던 것도 아니다. 그녀들은 아기를 얇은 천에 돌돌 말아서 아기가 춥지 않도록 벽난로에서 그리 멀지 않은 벽에 매달아 두곤 했고, 그래서 유아 사망률이 무척 높았다. 20세기초가 되어서야 서양의 정부들은 이른바 [모성본능]이라는 것의 경제적, 사회적, 군사적 이익을 깨닫게 되었다. 특히 인구조사를 하는 과정에서 많은 아이들이 제대로 먹지 못하고 학대받고 매를 맞는다는 사실이 밝혀졌고, 아이들이 그렇게 자라게 되면 결국 나라의 미래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생각이 자리잡게 되었다.
사람들은 육아에 대한 새로운 정보와 질병을 예방하기 위한 방법들을 개발하고 널리 보급하였다. 소아질환과 의학 분야에서도 점진적인 발전이 이루어졌다. 그럼으로써 부모들은 자녀들이 너무 어린 나이에 죽을까봐 염려하지 않고, 마음껏 애정을 쏟아도 된다는 확신을 갖게 되었다. 그런 상황 하에서 '모성본능'이 중요한 문제로 부각되었다.
팬티형 기저귀, 젖병, 분유, 유아용변기, 장난감 등 육아와 관련된 새로운 상품들이 등장했고, 산타클로스의 전설이 전 세계로 퍼져나갔다. 유아용품 제조업자들은 다양한 광고를 통해서 책임감 강한 어머니들의 이미지를 만들어 냈고, 아이의 행복은 현대적인 이상의 하나가 되었다. 그런데 참으로 역설적인 일이 벌어지고 있다. 모성애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본능적인 감정으로 치부되며, 너나 할 것 없이 그것을 표현하고 요구하고 있는 판국에, 아이들은 좀 컷다 싶은 어머니가 자기들을 제대로 돌봐주지 않았다며 원망하기 일쑤다. 심지어는 정신과 전문의를 찾아가 어머니에 대한 자기들의 유감과 원망을 마구 쏟아내기까지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