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색'은 전형적인 '상복'색깔이라는 특권 상실..;애도,슬픔,검은색,상례의식,애도의식,애도의과정,죽은자들과동일시,인생의허무함,일상으로복귀 등.

2023. 2. 3. 20:58카테고리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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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도. 슬플 애(哀)와 슬플 도(悼). 살아있는 사람들이 삶의 자리에서 죽은 사람을 기억하고 빈자리를 슬퍼하고 기억 속에서 죽은 사람을 사랑하고, 다시 돌아와 자기 삶을 사는 '삶으로의 초대'. 죽음으로 소화하고 삶의 자리로 돌아가는 방법이 애도라고 한다. 사별 후 슬퍼하는 사람을 보면 '언제까지 슬퍼하는게' 정상일까. 무엇이 정상인지는 말할 수 없지만 분명한 건, 언제까지라고 했지만, 그것은 시간이 아니라 '충분히 슬퍼하였는가'와 '자기 삶을 다시 살 준비가 되었는가'의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

 

오늘날 상례 의식은 예전같지 않은것 같다. 갈수록 상례가 사라져 가는 느낌?? 가족 중 누군가 세상을 떠난 경우에도 사람들은 장례식이 끝나기 무섭게 서둘러 평소의 일상으로 다시 돌아간다. 소중한 존재가 사라지는 일이 갈수록 덜(?) 심각한 사건이 되어간다. 검은색은 전형적인 상복의 색깔이라는 특권을 상실했다...

 

디자이너들은 검은색이 사람을 날씬해 보이게 하고 세련된 느낌을 준다는 이유로 개나 소나 시도때도 없이 검은색 옷을 입게 만들었다. 하지만 어떤 시기의 종말이나 어떤 존재의 소멸을 애도하는 것은 사람들의 심리적인 안정에 대단히 중요하다. 원시사회라 불리는 사회에서는 여전히 애도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마다카스카르'에서는 사람이 죽으면 온 마을 사람들이 활동을 중단하고 애도에 동참하며, 장례식을 두 차례에 걸쳐 치른다. 첫 번째 장례식 때는 모두가 슬퍼하며 묵상하는 가운데 시신을 땅에 묻는다. 그런 다음, 시간이 좀 지난 뒤 두번째 장례식을 치르면서 대대적인 축제를 벌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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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단 사람이 죽었을 때 뿐만 아니라, 어떤 직장이나 타지로 떠날 때에도 애도의 시간은 필요하다. 이런 경우에 애도는 일종의 형식적인 절차에 지나지 않아서 사람들이 대개는 이것을 쓸데없는 것으로 여기지만, 인생이라는 여정의 단계를 표시하는 차원에서 무척 중요하다 할 수 있다. 

 

우리는 저마다 나름의 애도 의식을 만들어 낼 수 있다. 기르고 있던 콧수염을 밀어버리거나 머리 모양을 바꾸거나 복장의 유형을 바꾸는 것과 같은 가장 간단한 것에서부터, 걸판지게 잔치를 벌이거나 고주망태가 되도록 술을 퍼마시거나 낙하산을 타고 뛰어내리는 것과 같은 다소 격렬한 것에 이르기까지 아주 다양한 의식이 있을 수 있다. 

 

애도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마치 잡초의 뿌리를 제대로 뽑아내지 않은 것처럼 사건의 후유증이 오래간다. 어쩌면 학교에서도 애도의 중요성을 가르칠 필요가 있을 것이다. 그럼으로써 나중에 애도를 제대로 하지 못해서 몇 년씩 고통을 겪는 일이 생기지 않게 말이다. 

 

애도의 과정에서 살아있는 사람이 죽음의 자리로 넘어가면 증상이 일어난다. 죽은 부모를 쫓아가는 꿈을 꾸기도 하고, 사건 기사들을 강박적으로 찾기도 하고, 죽은 사람과 자신을 동일시하며 연민에 사로잡히기도 하고, 인생의 허무함에 무너지기도 한다. 이런 증상이 오랜 시간 지속된다면 자기 삶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애도의 길을 다시 걸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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