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9. 8. 21:19ㆍ그날의 이야기

2018년4월27일, TV화면 넘어 판문점을 바라보던 순간을 아직도 잊을 수 없다. 군사분계선은 늘 긴장과 두려움의 상징이였지만, 그날만큼은 달랐다. 남북의 두 정상이 손을 맞잡고 환하게 웃던 그 모습... 마치 영화의 한 장면 같았다. 그날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은 남측 '평화의 집'에서 역사적인 합의를 이끌었다. '한반도의 완벽한 비핵화' '전쟁없는 평화체제'라는 말이 선언문에 담겼을 때, 마음속 깊은 곳에서 오래 묵혀둔 희망이 깨어나는 듯 했다. 그동안 수없이 반복되던 대립과 긴장의 역사를 뒤로하고, 비로소 '평화'라는 단어가 현실처럼 다가온 날이였던 것이다.

그날은 또 선언문 만큼이나 잊혀지지 않은 장면들이 많았다. 김정은이 처음으로 남쪽 땅을 밟던 순간, 문재인의 손을 잡고 다시 북쪽으로 건너갔다가 돌아왔을 때, 경계선이 잠시 허물어진 듯 보였다. 1953년생 소나무 옆에서 두 정상은 한강물과 대동강물을 함께 부었다. 서로 다른 강물이 한 뿌리에 스며들 듯, 두 민족도 언젠가는 하나의 뿌리로 이어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스쳤다 두 정상이 단 둘이 앉아 나누던 대화는 들리지 않았지만, 표정은 충분히 말해주는 듯 했다. 오랜 갈등을 넘어선 대화의 온기가...
"멀리서 가져온 냉면입니다." 김정은의 농담에 터져 나온 웃음은, 딱딱한 회담장의 공기를 따뜻하게 바꿔 놓았다. 정치가 아닌, 사람이 만나는 자리라는 걸 보여준 순간이였다. 마지막으로 두 정상이 군사분계선을 뒤로하고 손을 맞잡은 채 선언문을 낭독했을 때, 그 장면은 한반도의 새로운 가능성을 전 세계에 알리는 상징이 되었다. 물론, 이후 상황은 순탄치는 않았다. 북미회담 결렬과 다시 굳어진 남북관계속에서 판문점 선언의 약속은 현실이 되지 못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날의 의미가 사라진 건 아니라고 본다. 2018년4월27 판문점은 더이상 냉전의 상징이 아니였다. 비록 짧은 순간이였지만, 전쟁의 두려움보다 평화의 희망이 더 가까이 다가왔던 날이였다.

나는 지금도 그날의 화면을 떠올리면 마음이 뭉클해진다.
그리고 언젠간, 다시 그날의 경계없는 웃음을 볼 수 있기를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