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1. 6. 09:56ㆍ잡다한 지식
샤머니즘은 인류 거의 모든 문화가 경험한 신앙 형태이다. 샤머니즘은 '치병'이나 '접신'의 능력을 가졌다고 믿어지는 샤만(무당)을 중심으로 하는 하나의 종교현상이다. 범신론적 신관을 가지고 있고, 자연숭배, 주물신앙, 조상숭배, 정령숭배가 이에 속한다. 시베리아 원주민 퉁구스족의 토착어 '샤만(shaman)' 곧 '아는 자'란 뜻으로 무당, 의사, 예언자를 가리킴에서 유래했다. 샤먼적 기질(신접, 접신)이 예민하거나 강한 자가 선택을 받아 엄격한 수행을 거친 후 신내림과 같은 특별한 접신 과정을 통해 주술적 카리스마를 획득함으로써 샤먼이 될 수 있다.
샤먼은 지배자도 사제도 마법사도 성현도 아니다. 그들의 역할은 단지 인간과 자연을 화해시키는데 있다. 애니미즘이 자연의 모든 사물에 영이 깃들어 있다고 믿는 것이고, 토테미즘은 숭배대상(토템)이 각 집단과 특수한 관계를 맺고 있다고 믿는 것에 비하면 샤먼은 애니미즘과 토테미즘 사상을 포함하여 주술사인 샤먼이 악령 또는 조상신과 같은 초자연적 존재와 직접적인 교류를 하여 점복, 예언, 병치유 따위를 하는 종교적 현상으로 볼 수 있다.
한국의 샤머니즘은 무속이라고도 하는데, 그 역사는 오래되어서 '삼국지 위지, 동이전'에 고대조선의 부족국가의 제천의례(무천이나 동맹) 등이 기록되어 있으며, 고대의 무속은 국교로 급부상하였으며, 신라왕은 무당의 역할을 겸비하였다고 전해져 제정일치의 특징이 있었다.
수리남의 인디언 사회에는 샤먼을 양성하는 독특한 제도가 있다. 샤먼 양성의 첫 단계는 4일간의 교육과 휴식이 네 차례 반복되며, 수습생은 대략 6명이고, 인격이 형성되어 가는 과정에 있는 사춘기의 청소년들로 이루어진다. 그 첫 단계에서 수습생들은 무격의 전통과 노래와 춤을 배운다. 그들은 동물들을 더욱 잘 이해하기 위해 동물들을 관찰하면서 그 움직임과 소리를 흉내낸다. 교육기간 동안 그들은 금식을 하면서 음식대신 담뱃잎을 씹거나 담배즙을 마신다. 이러다가 신열이 심하게 나면서 몇 가지 심리적인 장애가 생긴다. 그리고 육체적으로 고통을 주는 갖가지 시험과정을 거친다. 무척 위험한 조건에서 행해지는 이 시험들은 수습생들을 삶과 죽음의 경계로 몰아넣고 그들의 인격을 오나전히 해체해버린다. 담배에 중독된 상태에서 몇 일 동안 그처럼 힘겹고 위험한 입문과정을 겪고 나면, 수습생들은 눈에 보이지 않는 어떤 힘을 가시화할 수 있게 되고 접신의 상태에 익숙해지게 된다.
샤먼(무당)의 입문과정은 인간이 자연에 적응하던 과거의 기억으로 회귀하는 과정이다. 적응하느냐 사라지느냐 하는 생사의 갈림길에서, 수습생들은 자기가 알고 있는 모든 것을 잊고 정신을 비워 내는 법을 배운다. 그들은 무엇을 판단하거나 분별하지 않고 사물을 있는 그대로 보는 훈련을 하는 것이다. 입문과정이 끝나면 숲 속에서 3년 가까이 홀로 지내는 고독한 삶의 기간이 이어진다. 그 기간동안 수습샤먼은 자연 속에서 스스로 먹을 구하며 버텨야 한다. 그 시련을 이기고 살아남으면 더럽고 지친 몸을 이끌고 거의 실성한 상태로 마을에 다시 나타난다. 그러면 늙은 베테랑 샤먼이 그를 맞아들여 수련의 다음 단계로 이끈다. 그 단계에서 늙은 샤먼은 환각 상태를 접신의 경험으로 변화시키는 능력을 일깨워 준다.
이렇게 인격을 해체하여 야성의 동물상태로 돌아가게 하는 수련과정이 오히려 수습샤먼을 초인적인 능력을 지닌 훌륭한 인격자로 변화시킨다는 것은 참으로 역설적이다. 수련과정을 다 마치고 샤먼이 되면, 자기 자신을 잘 다스릴 수 있게 될 뿐 아니라 지력과 직관력이 우수해지고 도덕성도 한결 강해진다. 실제 시베리아 동부 야쿠트 족 샤먼들은 그들 겨레의 평균 수준보다 3배 더 많은 교양과 어휘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오늘날에는 샤먼(무당)들이 접신을 준비하면서 마약이나 환각을 일으키는 버섯을 사용하는 일이 점점 빈번해지고 있다고 한다. 그 현상은 샤먼들의 수련과정이 예전의 특질을 잃고 있으며 그들의 능력이 점점 떨어지고 있음을 드러내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