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1. 7. 09:35ㆍ잡다한 지식
해발 1천미터 되는 곳에 자리잡고 있는 중국 쓰촨성 성도 청두. 1967년 인구 3백만이 있었는데, 이곳 사람들은 대다수 베이징이나 상하이에서 무슨 일이 이어나고 있는지 몰랐다. 당시 중국 대도시엔 인구가 넘쳐나기 시작하여 정부에서는 대도시 인구를 지방으로 분산시키는 정책을 추진했다. 그 과정에서 부모자식이 서로 헤어지는 일이 빈번했으며, 부모는 농촌으로 가고, 자식은 훌륭한 공산당원이 되기 위해 홍위병 양성소로 보내졌다.
홍위병 양성소는 강제 노동 수용소나 다름 없이 열악했는데, 소년들은 제대로 먹지도 입지도 못하면서 종일 고된 노동에 시달렸다. 심지어 톱밥을 주원료로 한 식품에 관하여 아이들을 상대로 실험을 하였다. 아이들은 파리떼처럼 죽어나갔다.
그무렵, 권력투쟁이 한창이던 수도 베이징에선 마오의 공식적인 후계자이자 홍위병 책임자인 문화대혁명의 '린뱌오'가 마오의 총애를 잃는 상황이 벌어졌다. 그러자 당원 간부들은 홍위병들에게 폭동을 부추겼다. 미묘하게도 모택동주의의 병영을 탈출하고 교관들을 구타하는 것이 모택동주의의 명분 아래 행해졌다.
병영을 뛰쳐나온 소년 홍위병들은 부패한 권력에 맞서 모택동주의의 복음을 전파한다는 명목으로 전국으로 흩어졌다. 그러나 사실 그들 중 대다수는 중국에서 탈출할 계획이였다. 그들은 기차역으로 가서 서쪽으로 떠났다. 몰래 국경을 넘어 인도땅으로 들어가 수 있는 비밀 루트가 있다는 소문이 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서쪽으로 가는 기차의 종착역은 청두였다. 그리하여 청두에 10대 소년병 수천명이 갑자기 들이닥치게 된다.
소년들은 그곳 주민들에게 병영에서 겪은 고초에 대해 이야기를 했고, 청두의 주민들은 그들을 측은히 여겨 음식과 잠자리를 제공해 주었다. 그러나 그들이 다는 아니였다. 소년병들은 청두에 계속해서 밀려 들어왔다. 처음엔 수천에 불과하 그들은 금새 20만을 헤아리게 되었다. 그때부터 그들은 주민들의 호의만으론 만족할 수 없었다. 좀도둑질이 다반사로 행해졌고, 상인들을 구타하기 시작했다. 청두 상인들은 참다못해 관할관청을 찾아가 시급히 대책을 마련해 달라고 부탁했다. 그러나 시장은 어떤 대책을 마련할 겨를도 없이 소년병들에게 끌려나가 뭇매를 맞고 쫓겨났다. 이에 소년병들은 새 시장을 뽑기 위한 선거를 계획하고 자기들의 후보를 내세웠다. 그들의 후보는 13살짜리 소년이었다. 그런데 그 소년은 살이 통통쪘고 나이가 좀 들어 보였으며 카리스마가 있었다.
온 동네에 그 13살짜리 소년을 지지하는 벽보가 나붙었다. 그리고 소년 후보는 별다른 어려움없이 당선되었다. 열 다섯살 된 시의원이 그들 중 최고 연장자였다. 이쯤 되니, 좀도둑질은 더이상 범죄가 아니였다. 상인들은 새 시장이 부과하는 새로운 세금을 내야 했고, 홍위병들에게 거처를 제공하는 것은 시민들의 의무가 되었다.
청두의 상인들은 이쯤되니 사태의 심각성과 불안을 느끼고 해당 지방의 지사에게 대표를 보냈다. 지사는 사태가 대단히 심각하다고 판단하고 군대를 보내 폭도들을 진압해달라고 중앙정부에 요청했다. 20만의 홍위병들에 맞서 중앙정부는 수백 대의 전차와 수천 명의 중무장한 군인들을 보냈다. 그들은 소년들을 모두 죽이라는 명령을 받았다.
소년들은 성곽으로 둘러싸인 도시 안에서 저항하려 했다. 그러나 청두 시민들은 그들을 지지하지 않았다. 그들은 무엇보다 자기 자식들이 애먼 죽음을 당할까 걱정하면서 자식들을 산속으로 피신시키느라 여념이 없었다. 전투는 2일동안 맞붙어 벌여졌다. 결국 중앙정부군은 공중 폭격으로 소년들의 마지막 남은 저항의 보루를 날려 버리고 전투를 마무리 하였다. 소년 홍위병들은 모두 죽음을 당하였다.
이 사건은 한동안 세상에 알려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