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3. 8. 23:19ㆍ잡다한 지식
폴란드 카발라 학자들은 성서와 탈무드를 밀교적으로 해석하고 연구를 거듭한 끝에, 메시아가 1666년에 재림할 것이라고 예언하였다. 1648년 우크라이나 코사크족의 족장인 보그단 크멜니츠키가 폴란드 봉건제국의 지배를 종식시키기 위해 농민 반란을 선도하였다. 이때 반란군은 봉건영주들에게 너무 충성스럽던 유대인 마을에 쳐들어가 살인적인 광기에 빠져 앙갚음을 하였다. 이에 폴란드 영줒들이 반격에 나서 피비린내 나는 전투가 벌어지는 와중에, 유대인 마을들은 또 한 차례 처참한 피해를 입었고, 희생자가 수천에 달하였다. 그런 참상을 보면서, 카발라 학자들은 '이것이 바로 아마겟돈 대결전의 신호이며 메시아 재림의 전조이다' 라고 주장하였다.
바로 이런 시기에 샤바타이 체비라는 청년이 스스로를 메시아라 자처하며 나섰다. 눈매가 그윽하고 성품이 온화한 그는 뛰어난 언변으로 사람들에게 위안과 꿈을 주었다. 사람들은 그가 기적을 행할 수 있다고 주장하였다. 그는 참혹한 시련을 겪은 동유럽 유대인 공동체에 종교적 열정을 불러 일으켰다. 하지만 수많은 랍비들은 그가 메시아를 사칭하는 사기꾼이라고 규탄하였다. 결국 유대인 공동체는 그를 고향에서 추방한다. 이때 지지하는 자들과 그렇지 않은 자들로 분열되었는데, 수백 명의 유대인들이 모든 것을 버리고 그 새 메시아를 따르기로 결심하였다.
추방된 그는 콘스탄티노플로 가서 유대 신비주의자 아브라힘 야키니를 알게 된다. 야키니로부터 샤바타이 체비가 진정한 메시아임을 증명하는 가짜 고문서를 받은 체비는 이 문서를 이용하여 자신이 메시아라 사칭한다. 그는 성스러운 땅에 유토피아적인 사회를 건설하자고 그들을 이끌었다. 많은 유대인들이 그를 따르고 재정적 후원으로 그의 세력은 나날이 확장되어갔다. 1665년 많은 유대 상인들이 자산을 정리하고 샤바타이 체비가 재림할 때를 따르기 위한 준비를 하자, 당시 오스만 투르크 제국은 경제 파국을 맞는다. 부유한 유대 상인들이 재산을 처분하고 현금화시켜 보유하는 바람에 유럽 전체에 돈이 돌지 않고 물가는 치솟고 경제규모가 위축된다.
그러나 1666년 메시아 재림의 해, 어느날 밤 투르크 황제의 수비대들이 샤바타이 체비를 체포한다. 그 해 9월, 체비를 소환하여 진짜 메시아인지 확인하기 위해 고문하겠다고 하자, 그때 샤바타이 체비는 죽음을 면하기 위하여 이슬람으로 개종하였다. 그의 개종으로 화가 풀린 황제는 그를 이슬람식 이름으로 '메흐멧 에펜디'로 지어주고, 문지기로 임명하여 후한 연금까지 지급하였다. 그의 신도 가운데 충실한 자들도 그를 따라 개종하였다. 메흐멧 에펜디는 황제의 문지기로 충실하게 일했지만, 차츰 황제의 총애를 잃고 결국 알바니아로 추방되어 1676년 사망하였다. 사망 후에도 그를 따르던 세력들은 '샤바타이 주의'라는 새로운 부류의 신비주의를 창설한다. 이들의 허무주의적 경향은 18C에 절정을 이루었는데, 그의 추종자들은 비밀축제에서 난교를 통해 구원을 얻으려 했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