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3. 29. 20:50ㆍ잡다한 지식
잠을 자지않고 살 순 없을까? 왜 반드시 잠을 자야만 하는 것으로 창조되었을까. 아리스토텔레스는 수면에 관한 논문을 썼을 만큼 수면을 중요하게 다뤘다. 20세기 중반에 이르러서야 수면 연구가 진전되면서 수면 메커니즘에 대해 조금씩 이해하게 되었다.
과학은 얕은 수면, 깊은 서파수면, 역설수면(렘수면) 단계를 밝혀냈다. 이 패턴은 하룻밤에 평균 4~6회 반복된다. 그리고 수면을 충분히 취해주지 않으면 인체에 부작용이 꾀 크다. 불면증은 삶의 질을 떨어뜨리며, 심하면 위험해지기도 한다. 수면의 효용이 증명되진 않았지만, 부작용에 대해선 입증된 자료가 상당하다. 특히, 수면 시간이 짧은 것과 감정을 조절하는 것, 주의력 부족 사이에는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한다.
사람마다 수면시간은 다르다. 모차르트는 하루 5시간이 평균수면이였고, 볼테르는 커피 40잔씩 마셔가며 하루 4시간만 잤고, 베토벤은 매일 8시간씩 잠을 잤다고 한다. 그런데 적게 자고도 몸 상태를 유지하는 사람은 뭐가 다른 걸까? 얕은 잠과 역설수면 시간 대신 깊은 서파수면에 더 집중되어 있다고 보면 된다. 반면 잠을 제대로 못 이루는 사람은 작은 변화 하나하나에도 예민해서 그렇다.
그런데 특이한 건, '역설 수면' 이다. 그 단계는 한 번에 15~20분 정도 지속되며, 한 시간쯤 지나면 다시 찾아온다. 그 단계를 '역설'이라고 표현하는 이유가 있다. 그것은 가장 깊은 잠에 빠져있으면서도 인체에서 격렬한 신경활동을 보이는 모순적인 상황 때문이다. 이때 사람은 꿈을 꾸고 있으며, 또 안구운동을 일으킨다. 얼굴이나 손가락이 경련을 일으키기도 하고, 자세를 유지하는 근이 이완해 심박, 호흡이 흐트러지고 혈압이 변화된다. 특이 아기들의 수면엔 역설수면이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그렇기에 아이들은 늘 흥분상태에서 밤을 보낸다고 할 수 있다. 그런 흥분 상태에 있을 때, 아기들은 흔히 성인처럼 이상한 표정을 짓곤 한다. 아기들은 자면서도 노여움, 기쁨, 슬픔, 두려움, 놀람 따위를 담은 갖가지 표정들을 잇달아 흉내낸다. 훗날 성인이 되어서 표현하게 될 감정들을 미리 연습해 두고 있는지도 모른다.
성인이 되어감에 따라 역설수면 단계가 점점 줄어든다. 역설수면 과정에서 성인은 쾌락을 경험하기도 하며, 남자들의 경우 발기가 일어날 수도 있다. 한창 역설수면에 빠져 있는 성인을 깨워 꿈속에서 겪은 일을 이야기해 달라고 부탁했다. 그의 이야기를 들은 다음 다시 잠들게 두었다가 다음 역설수면의 단계에서 또 그를 흔들어 깨웠다. 그 실험을 통해 확인한 것은, 피실험자의 이야기는 매범 달랐지만, 거기엔 공통적인 핵심이 있었다. 마치 방해를 받는 꿈이 똑같은 메세지를 전달하기 위해 다른 방식으로 되풀이되는 것처럼 보였다.
이에 따라, 꿈은 낮동안 활동하면서 생기는 정신적 억압을 잊게 해주는 수단이라고 한다. 우리는 꿈을 꿈으로써 낮동안에 남들이 우리에게 억지로 주입한 것, 우리의 뿌리 깊은 신념과 상충하는 것들을 잊을 수 있게 된다. 꿈은 외부의 모든 억압에서 우리를 해방시킨다. 꿈을 꾸는 한, 우리는 누군가로부터 조종당하는 일이 없을 것이며, 꿈은 전체주의에 대한 인간 본성의 제동장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