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3. 24. 20:49ㆍ잡다한 지식
프랑스 서북부 노르망디 지방, 망슈 해안 근처에 있는 작은 섬도시, 몽생미셸!
708년 성 아우트베르토가 꿈속에서 대천사 미카엘의 "바다 위에 성을 쌓으라."는 명령을 받고, 정말로 바다 위에 성을 쌓는 황당무계한 대공사를 시작, '무덤의 산'이라 불리우는 몽 통브(Mont-Tombe)에 성당과 수도원을 세워 대천사 미카엘에게 봉헌된 것이 시초가 되었다.
이곳은 하늘과 땅과 물 사이에서 균형을 이루고 있다는 지리적 특성뿐만 아니라, 기독교의 순례지이며 연금술사들과 기사단의 기사들, 더 거슬러 올라가 갈리아의 드루이드 사제들이 의식을 집전하던 곳이다. 이 고장 사람들은 몽생미셸 섬을 숭배했다. 로마인들이 들어오기 전 갈리아 지방에 살았던 켈트인들은 겨울이 시작되는 11월 2일에 맞춰서 <사맹>이라는 축제를 벌였는데, 그 날은 죽은 자들이 서로 만나는 날로 여겨졌고, 사람들은 몽생미셸에서 보내는 그 날 하루만은 시간의 흐름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믿었다.
당시 노르망디의 영주들은 몽생미셰과 관련된 모든 미신을 타파하고 싶어했다. 그래서 마침내 1023년 동료들을 시켜 그 섬에 로마네스크 양식의 성당을 짓게 했는데, 이 성당 자체가 범상치 않았다. 네 면이 비탈진 바위 산 위에, 정문이 동쪽을 향하도록 세워졌다. 정문을 들어서면 현관 홀과 중앙 홀이 나타난다. 중앙 홀에는 열주가 좌우 일곱 칸으로 늘어서 있고 양쪽에 측랑이 붙어있다. 그 다음엔 둥근 천장을 가진 익랑이 있고, 후진에는 성가대 자리와 제단이 자리 잡고 있다. 중앙 홀의 측랑과 이어진 회랑이 그 성가대 자리와 제단을 둘러싸고 있다. 건물 전체 길이는 80미터인데, 공교롭게도 성당을 받치고 있는 바위 산의 높이와 같다. 그러니까 바위 산의 단면과 건물의 대지가 모두 완전한 정사각형을 이루고 있는 것이고, 그 안에 성당이 들어있는 셈이다. 사각형은 4원소와 4방위와 바위 산을 후려치는 네 방향의 바람을 가리킨다.
수도원 건물은 11~16C 사이에 건축되었지만, 군사요새화를 위한 공사도 별도로 진행되었다. 독특한 자연지형을 극복*적응하여 건설된 기술적*예술적 걸작으로 손꼽힌다. 백년전쟁 내내 여러차례 포격을 받았었는데 몽생미셸의 병력은 이를 모두 버티며 백년전쟁 기간 내내 프랑스의 철옹성으로써의 역사적 가치도 지니고 있다. 한편 1731년 루이 15세는 이 섬을 증축한 뒤 감옥으로 탈바꿈시켰고, 프랑스 혁명 기간 및 1830년대에 정치범 수용소로도 활용되었다.
몽생미셸은 모래톱을 통해 육지와 연결되어 있어서 밀물 때는 고립되고, 썰물 때는 물이 빠지면 육로로 통행이 가능했다. 그러다 1870년대에 들어 제방겸 도로를 만들어서 육지와 완전히 연결하기도 하였다. 하지만 이 도로 때문에 오히려 섬에 위치한 몽생미셸 특유의 이미지가 훼손되고 갯벌이 심각하게 왜곡되는 등 문제가 발생하여, 2015년에는 기존의 제방도로를 철거하고 대신 공중에 뜬 교량을 건설하였다.
몽생미셸 수도원의 길이와 너비의 비율은 구약 성서의 한 대목을 암시한다. 창세기를 보면 하느님이 노아에게 길이 3백자에 너비 50자의 방주를 만들라고 이르는 대목이 나온다. 몽생미셸 수도원이 비율이 바로 6:1이다. 또한 이 수도원은 노아의 방주처럼 상*중*하 3층으로 이루어져 있다. 노아의 방주에는 하층엔 짐승들이 탔고, 중층엔 양식이 실려 있었으며, 상층엔 노아의 가족이 타고 있었다. 수도원의 경우는 하층에 순례자와 신자와 이방인들을 맞아들이는 보시처가 있고, 중층에는 수사들의 식당이 있으며, 상층엔 공동 침실이 있다. 수도원을 세운 사람들은 애초부터 몽생미셸이 한낱 작은 섬이 아니라 피안을 향해 항해하는 배를 상징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던 모양이다.
오랜 세월동안 모파상을 비롯한 프랑스 내외의 수많은 예술가들에게 강렬한 영감을 주는 등 바다 위에 솟구친 드높은 성이라는 몽생미셸의 웅장하고 신비한 이미지는 현장에서 직접 보아야 그 진가를 알 수 있다. 10,000t 이상 쌓아올린 돌의 하중을 떠받치는 높은 아치들과 굵은 기둥들의 대열 등 수많은 매력포인트들이 나선형의 동선을 따라 늘어서 있다. 그리고 그 정점인 정원 옆 난간에서는 60~70m의 까마득한 높이에서 노르망디의 광활한 갯벌과 지평선을 감상할 수 있다. 보면 볼 수록 볼거리가 끊이지 않는 것이 몽생미셸의 매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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