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10. 22. 19:04ㆍ영화&드라마
제목 : 보통의 가족
등급 : 15세 관람가
장르 : 드라마, 스릴러
출연 : 설경구(재완), 장동건(재규), 김희애(연경), 수현(지수), 홍예지(혜윤), 김정철(시호) 등등.
영화 '보통의 가족'은 결코 보통의 가족이 아니다. 이들은 대기업을 위한 잘나가는 변호사와 의사 형제가 주연으로 아주 잘나가는 상류층이다. 그런데 왜 영화제목이 '보통의(?)'가족일까? 아마 외적인 모습이나 신분을 두고 하는 비유가 아니라, 어떤 가족의 문제에 맞닥뜨렸을때 보이는 반응과 행동 그리고 대처법들이 결국 이들도 일반 보통의 사람들과 별 다를바가 없기때문에 내면을 두고 하는 비유라고 생각한다.
영화감독은 허진호 감독님이시다. 이분의 작품으로는 대표작으로 '8월의 크리스마스(1998)', '봄날은 간다(2001)', '호우시절(2009)', '덕혜옹주(2016)', '천문 : 하늘에 묻는다(2019)' 등이 있다. 작품을 통해 배우들의 섬세한 연기와 따듯한 인간애를 주로 다루는 작품들로 인기있는 감독님의 작품이라, 이번 영화도 무척 기대가 되었다.
영화의 결론은 '보통'인 것으로 끝나지만, 영화의 소재는 다소 충격적이다! 도로에서 일어난 끔찍한 보복운전으로 30대 가장이 목숨을 잃고 차 안에 있던 어린 딸이 크게 다쳐 목숨이 위험하다. 의사인 재규는 이 아이를 수술하게 되고 수술은 성공적으로 끝마친다. 수술을 마치고 수술실에서 나오는데, 사고의 전말이 방송을 타게 되고 아이의 엄마가 재규 앞에서 오열한다... 가해자(대기업 망나니 아들)를 변호하게 된 잘나가는 변호사 재완. 이렇게 형은 가해자의 변호를 맡게 되고, 동생은 피해자의 수술 및 의료를 맡는 담당의가 된다.
형인 재규는 본처를 일찍 여의고 나중에 다시 젊은 새아내(수현/지수)를 맞이하게 되어 늦둥이를 낳았다. 본처의 소생으로 공부를 썩 잘하는 고3수험생인 딸이 있다. 딸은 새엄마를 인정하지 않는다. 둘의 갈등이 상당히 크고, 그래서 새엄마 지수는 언제나 제3자적으로 뒤로 물러나 지켜보는 입장이 크다. 나름 이들 가족들과 가까워지려고 노력하지만, 이 가족... 어렵다. 영화의 결론에서도 어찌보면 늦둥이를 안고서 가장 안 된 케이스라고 할 수 있다.
동생 재규는 종합병원의 소아과 의사다. 정직하고 성실한 인물로써 주변에서 존경과 인정을 한 몸에 받고 있는 인물이다. 아이들이 사고쳤을 때에도 자신의 아들을 데리고 경찰서로 가서 자수시키려고 했을 정도로 굉장히 윤릭적이고 정상적인 사고방식을 가졌다고 할 수 있다. 형을 대신해서 치매에 걸린 어머니를 모시고 있는데, 사실 재규보다는 아내인 연경(김희애)이 수고가 가장 많다. 치매걸린 시어머니도 모셔야지, 고등학생 아들도 가르치며 뒷바라지 해야지, 남편 뒷바라지도 해야지 또 거기다가 자신보다 한참 어린 형님(재완 아내, 큰며느리)도 모셔야지... 이 영화에서 연기의 다크호스는 김희애라고 할 수 있다. 아들에 대한 엄마로써 아끼는 마음과 사건을 대하는 내면을 가장 현실적이고 적나라하게 연출하였다.
어느날 연경이 지인과 함께 식당에서 식사하던 중 뉴스에 나오는 사건을 보게 된다. 두 고딩이 노숙자 한명을 무참히 폭행한 사건이며, 두 고딩은 여전히 추적중이고 노숙자는 중퇴에 빠졌다. 연경은 좀 흐릿하긴 하지만 아무리봐도 자신의 아들과 조카로 보인다. 연경은 곧바로 집으로 가서 세탁물을 뒤져 그때 아들이 입고 있던 옷을 살핀다. 핏자국이 있다. 그리고 방송에 나왔던 가해학생의 옷과 똑같다. 큰아들 재규도 이 방송을 보게 된다. 그런데 딸이 자신에게 할 말이 있다며 찾아왔고, 뭔가 얘기를 하는데 꼭 그 사건을 보는 듯 하다. 재규는 집으로 돌아와 딸의 옷을 살펴보고 사건당시의 옷이 있음을 보고 자신의 딸이 그 범인임을 눈치챈다. 그런데 여기에 조카까지 똑같으니... 진짜 우리 애들이 맞구나!
병원에서 아이들을 살리는 일을 하는 재규는 자신만의 고집과 신념이 있었기에 자신의 아들이라고 잘못을 했으면 응당 죗값을 치러야 한다고 화를 내며 직접 아들을 데리고 경찰서로 향한다. 하지만 그도 부모인지라 결국 자수는 못시킨다...
피해자 노숙자... 어쩌면 올 겨울에 얼어 죽을 수도 있다. 또 노숙자기에 사회에 존재하지도 않는 ... 모르는 사람으로 넘어갈 수도 있다. 연경은 제 정신이 아닌 듯 아들을 이렇게 변호한다. 자신이 직접 낳아 기른 자녀가 한순간의 비행때문에 인생을 망칠수는 없는 노릇이기에...오히려 제3자적 입장에서 더 현실적이고 올바르게 말하는 지수를 보고 '친모도 아닌 주제에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 끼어들지 마' 라며 버럭하기도 한다.
아이들의 사고를 그냥 묻어두자고 말하는 큰아들 재완. 그리고 그와 충돌하는 둘째 재규. 그리고 결국 응급실에서 사경을 헤매던 노숙자는 사망한다. 큰아들 재완은 노숙자의 장례식장에도 찾아가보고 또 노숙자의 어머니 집에 돈봉투도 쑤셔넣고 사라진다.
또 한번 부부동반 모임을 갖게 된 날. 변호사 재완은 자신의 집에서 두 자녀들이 대화하는 것을 녹음해 둔 파일을 연다. 녹음파일 속에서 두 아이들은 노숙자가 죽어서 후련해하며 계속 낄낄거린다. 그동안 부모님들 앞에서 반성한다며 보인 모습과 행동은 다 거짓된 연기였다... 아 ~ 아이들의 진실을 알게 된 부모들은 과연 이럴때 어떻게 해야 할까. 이로써 첫째 재완도 아이들을 자수시키자고 한다. 자신의 딸 혜윤은 반드시 자기가 데리고 가 자수시킬 것이라고 한다. 그런데 여기에서 이번엔 둘째 재규가 만류한다. 어차피 피해자도 죽었고 아이들을 찾을 단서나 증거 하나 없는데,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서 그냥 묻어두자고 한다. 결국 두 형제의 싸움으로 번지고, 아이들을 대신해 부모들이 비극을 맞이하는 안타까운 결말이 나온다.
요즘 십 대 애들이 무섭다고들 한다. 하지만 겉으로 드러난 무서움보다, 전혀 아닐 것 같은 애가 몹쓸 짓을 저질렀다는 것이 ... 또 겉으로는 반성한 척 하지만 속으로는 싸이코처럼 웃고 있다는 것이... 이것은 십대들 뿐만 아니라 성인을 두고서도 'ㅁㅊㅅㄲㄸㄹㅇ'고 할 수 밖에 없는 모습이다. 우리의 자녀들이 만약 이러한 인성이고 뒤에서 부모의 기대와는 달리 몹쓸 짓 못된 짓만 하는 아이들이라면... 그리고 내 자식들이 그동안 내가 알던 착한 아이들이 아니라 알고보니 그렇게 못된 아이들이였다면... 이런 진실을 마주할 때 부모들의 심경은 어떨까. 무서울까? 그냥 착찹하다가 '애들이니까 그럴수도 있지 머~' 하고 넘어갈까? 영화 속 상류층 부모들도 보통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자녀들에게 배신감을 느끼고 또 용서하고 싶을 것이며, 한편으로는 아이들의 사람됨됨이를 바로 잡아주기 위해서라도 자수시키는게 맞다고 생각도 들고, 또 한편으로는 자식의 인생이 더 중요하지 인성은 무슨 ~ 하며 덮어두려는 시도도 한다. 남의 자식이였다면 당연히 인성*윤리*도덕*법이 중요하지만, 내 자식을 두고서는 절대 그렇게 못하는게 사람이겠지... 아마도...
그리고 잘못은 아이들이 다 했는데, 왜 부모들의 갈등이 커지고 왜 부모들이 벌 받아야 하는데. 왜 잘못한 아이들은 멀쩡히 가만히 있고, 왜 어른들이 비참한 결말을 맞으며 영화는 왜 이렇게 끝나는건데?? 아~ 다시 생각해도 열받네, 거!@